회복(回復)! 회복한다는 것은?
사전적 의미로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린다거나 본디의 상태를 되찾는 것인데, 과연 우리는 본래의 상태가 어떠했으며 그것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가? 만약 기억한다면 그것이 절대적으로 온전한 삶의 방향이나 방법이었는가에 따라 회복의 길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전에 살았던 -술을 마시기 전이든, 절주(節酒)를 했든- 삶의 질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회복(본디의 상태)의 길은 심사숙고(深思熟考)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우리가 ‘감나무 집’에 온 이유는 모두가 회복(回復)을 위해서이다. 여기에 반론(反論)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또한 이곳에 온 모든 사람들이, 많든 적든 모두 술 문제를 안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술에 의해 망가진 것들이 많은 사연을 안고 있을 것이고, 꼭 자신만의 잘못으로 나쁜 결과를 마주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을 터이다. 또한 심한 경우는 그것으로 인해 경제적 파탄은 물론, 가족까지도 잃거나 결딴난 상태에 처한 사람들도 있을 터이다. 따라서 단주(斷酒)까지도 겸하는 결단을 내리고 그것을 위해 전력(全力)을 투구(投球)해야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밖에 없을 터.
그런데 그 회복(回復)이라는 것이 사람에 따라, 상황이나 상태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꼭 자신만의 나약함으로 인해 술을 한 잔이라도 마시면 멈출 수가 없었고, 술의 노예가 되어 자신은 물론, 주위의 모든 것들에서 해체(解體)되어 자포자기의 상태로 변하거나, 기억까지도 하지 못하여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삶이었다면 단주(斷酒)가 최우선의 회복의 방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꼭 그것만이 즉, 술 문제만(결국 술이 문제가 되었다 할지라도)이 아닌 경우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의 회복을 위한 생활 방식에 천편일률(千篇一律)적이거나 일방통행(一方通行)식의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을 것이다.
‘감집’에 온 지도 7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그 전의 병원생활 까지를 합산해 보니, 거의 일 년 가까이를 강제적이든 반강제적(?)이든 술과의 관계를 끊고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신도 많이 맑아졌고, 과거의 기억들이 신기할 정도로 새록새록 잘도 떠오른다. 괴롭고 힘들었던 일, 힘들게 했던 사람들, 울분을 참지 못하고 술을 마셔대던 일들과 더불어, 즐겁고 행복했던 일,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희망의 삶을 살았던 기억도 덩달아 떠오르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회복(回復)은 지나온 삶이 좋았든, 나빴든 후회스럽든 간에 그것에 연연하지 말고 앞으로 삶에 희망을 품고, 현재를 사는 데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낼 수 있다면, 그리고 즐기며 재미있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회복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거주하고 있는 ‘감나무 집’은 단주(斷酒)를 최고의 가치(價値)로 여기고 이를 이루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마도 단주(斷酒)를 삶의 최고의 덕목(德目)으로 삼고 있는 듯도 하다. 거주 가족이 삶을 어떻게 살아가든(?) 오로지 단주에만 이를 수 있다면, 성공한 삶을 사는 것으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요령만을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회복하는 삶이란 영적 성장을 통해 성숙된 자아(自我)로 말미암아 자유롭고, 성숙된 사랑을 이루어 가면서, 주위(가족이나 이웃, 크게는 국가)와도 조화롭게 살아가는, 변화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회복이 아닐까도 생각한다.
우리는 얼마 전, 세월 호 사태를 겪으면서 지휘체계의 붕괴와 행정 관료들의 무사안일, 태평성대(?)와 더불어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고, 맡은 바 책무는 망각한 채, 오로지 자기의 삶만을 위해서는 다른 이의 소중한 생명의 가치는 순식간에 무시되는, 오히려 동물의 군상들보다도 모자라는 풍경을 목격하였다. 또한 그것이 더 깊숙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오직 세월 호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이 부패사슬(腐敗沙蝨)의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대한민국이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그것은 자기만을 중요시하고, 돈만을 위해 살거나, 아니면 권력이라도 얻어내, 나만이 잘 살면 그만이라는 이 사회의 훈육의 질, 또는 방향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다. 그 훈육이라는 것도 꼭 학교 교육만을 탓할 것도 아니고, 전체 사회 지도층이라는 작자들의 이기심과 패거리 정치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지도층은 물론 국민의 민도(民度)도 최하위의 나라로 전락한 것 같다. 잘못을 행 하고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나라(특히 ‘상류층’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심함)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협동과 상부상조의 정신은 우리 사회를 완전히(?) 떠나버렸는가? 아이러니하게도 빈곤층에서는 남아있지만...
우리가 거주하는 감집에서는 A.A(Alcoholics Anonymous)의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의 수준을 넘어 강제성마저 띠고 있다. 오직 그것을 통해서 만이 단주(斷酒)에 이를 수 있고, 더불어 회복(回復)에도 이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그곳에서도 영적 성장과 더불어 자아의 실현을 이루는 것, 또한 중요시한다. 그런 것들이 나쁘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왜? 오직 ‘A.A’나 ‘12단계 12’전통만이 단주와 회복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단정하는가이다.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종교의 역할도 영적 성장을 위해서는 큰 역할을 하고 있고, 오히려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이 되거나 회복에도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종교 활동’은 제한을 하려고 발버둥을 치고 있는지, 의아하고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또한 A.A나 12단계 12전통에서도 전능하신 분의 도움 없이는 단주나 회복이 어렵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새벽 기도’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제한 받아 갈 의미를 찾을 수 없어 포기할 생각이며, 입소 때부터 시도했으나 4단계에 진입한 지금까지도 ‘공지’를 받지 못해 한 번도 나간 적이 없다. ‘새벽기도’는 웬만한 정성이나 노력 없이는 계속하기가 너무 힘들다. A.A 참여와는 비교의 상대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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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감집은 단계를 거치는 ‘계급 치료’를 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꼭 군대식이 아니더라도 계급을 부여하여 그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면서 서서히 적응연습(?)을 하고, 마지막(4단계, 협력자)에는 사회 체험과 더불어 경제활동까지를 겸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종자돈도 마련, 마침내는 사회에 복귀하여 회복(?)의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이 ‘감집’ 존재의 커다란 이유와, 방향이 아닌가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처음 입소한 많은 이들은 그 단계를 거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한다. 2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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