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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12-1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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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백두
 조회 : 2,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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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루게릭 할아버지, 오후에는 자폐아를 돌보고 있는데...
루게릭 할아버지는 이제 익숙해져 별 어려움은 없는데요...
자폐아에 적응하기가 무척 힘이 든답니다.
오늘은 지하철 표를 끊어주고, 직접 표를 가지고 타고 내리는 훈련을 하는데요...
잠깐 놓친 사이에 표를 개찰구에 올려놓고 그냥 타버렸더라구요.
먹는 걸로 유혹하는 데도 참 답답한건 무한대로 먹어대기만 하더라구요...
하나 하나 가르쳐 주려는 처음의 의욕에 차츰 회의가 들기도 하지만, 단지 나와 다르다는 인정을 하기가 더 힘든가 봅니다.
그 아이 뿐 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기가 아는 좁은 세상에 한정되어 우물 밖을 바라보면서도, 그게 전부인양 내세우며 들이대며 사는게 우리 주변의 모습이니까요.
문득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세상의 잣대를 거부하고 오직 나만 옳다는 자기 본위로 살아왔으니까요...
하지만 나는 그나마 할 줄 아는거나 많지만, 그도 안되는 사람들은....
저절로 겸손해야만 온전한 생활이 가능하다는 이치가 참으로 진리같이 여겨집니다.
정작 나 자신도 무척 보잘 것 없는 사람이거든요...
그보다도 못한 사람이 나 잘났다 고개를 들면 그냥 웃을 수 밖에는요....
자폐아를 돌보다 보니, 문득 그동안 제가 저 잘났다며 살아온 삶이 그냥 한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도 안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자각이 안된다면...
그냥 세월이 약이겠거니 생각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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